해양칼럼 MARINE COLUMN 겨울 동해의 주인이었던 명태, 그리고 강치 동해 한가운데 우뚝 선 울릉도의 겨울밤은 울릉도 100년 먹거리를 지탱해 온 오징어 집어등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가 산란을 위해 울릉도 주변을 경유 하는 7월 다음해 1월 사이에 오징어 조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동해 한가운데 우뚝 선 울릉도의 겨울밤은 울릉도 100년의 먹거리를 지탱해 온 오징어 집어등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회유성 어종인 오징어가 산란을 위해 울릉도 주변을 경유하는 7월부터 다음해 1월 사이에 오징어 조업이 주로 이루어진다. 울릉도 오징어를 부르는 명칭은 잡는 시기와 크기, 건조 상태 등에 따라 수십 가지가 있다.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나는 오징어는 초물 혹은 초동, 겨울철에 잡는 오징어는 동삼오징어 혹은 한물, 그리고 반건조 오징어는 피데기로 불린다. 울릉도에 건너온 일본인들에 의해 1902년 무렵부터 시작된 울릉도 오징어 조업사는 울릉도 근현대사 그 자체였으며, 1970년대 중반 울릉도 인구가 지금의 3배에 육박하는 29,8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오징어는 울릉도민과 애환을 함께 해왔다.

오징어 아이콘

울릉도 연안의 오징어 조업

1970년대 울릉도 태하 마을의 명태 덕장 사진

울릉도 연안의 표층수온은 지난 50년 동안 약 1.5도씨의 비율로 한반도 연안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상승 중에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오징어와 함께 울릉도의 대표적인 어종이었던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수온 상승의 여파로 이제 울릉도 연안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울릉도 해역에서 명태의 고갈은 단순히 수온 상승 때문만이 아닌 명태의 남획으로 인한 자원 관리 실패에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900년대 초반 독도 동도 자갈마당에서 일본 강치업자의 강치 포획장면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의 경우, 2000년에 비해 최근 1/5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04년부터 시작된 중국 어선의 북한 수역 조업(2014년 기준 1,904척)및 쌍끌이 조업에 의한 오징어 남획의 여파이다. 울릉도 오징어 또한 명태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오징어 자원 관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어디 울릉도 해역에서 사라진 것이 명태뿐이던가. 최근 울릉도에서는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강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조선후기 울릉도와 독도 연안에는 울릉도 사람들이 가제 혹은 가지라 불렀던 수만의 강치 혹은 바다사자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큰가제바위, 작은가제바위라 불리는 독도 북쪽의 넓적한 바위 또한 가제라는 해양포유동물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조선후기 울릉도를 정기적으로 순찰했던 수토사들은 울릉도 수토(搜討)의 증거로 가제의 가죽을 조정에 바쳤고, 울릉도 나무로 배를 건조할 목적으로 1800년대 후반 울릉도에 건너온 거문도를 비롯한 전라도 어민들은 독도에 들려 가제를 잡기도 하였다고 증언한다.
그러나 강치는 1970년대 중반 이래 울릉도와 독도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190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본인 나까이 요사부로를 비롯한 일본 강치업자에 의한 남획이 주된 이유였다. 일본 강치업자들은 1904년 한해만 무려 약 3,200마리의 강치를 포획하였다.

2009년에 독도에 출현한 물개

최근 들어 독도 연안에는 강치 대신에 수온이 연 중 가장 차가운 3월을 중심으로 물개 혹은 물범이 독도 바다를 자주 찾는다. 이들 해양포유류의 서식처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 또한 필요하다.

울릉도 저동항의 겨울 풍경 (출처 울릉군청)

울릉도와 독도는 동해 한가운데 자리 잡은 지리적 특성상 해양생물들에게 휴식처 및 서식처를 제공함으로써 생태계 입장에서 보자면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비록 주민의 입장에서는 잦은 여객선 결항으로 고립의 겨울이지만, 겨울은 육지에게는 울릉도 나리분지에 풍성히 쌓인 눈으로 인해 물이 풍부한 섬을, 그리고 바다에게는 오아시스를 형성하는 대황, 감태, 미역과 같은 해조류를 풍성히 살찌우는 계절이다. 생명의 보금자리, 동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 울릉도와 독도. 그 바다의 주인들이 관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과학기지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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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를 감춘 명태와 강치